hongil81 2013. 7. 16. 15:19


사랑 시 모음
/sky1234




 사랑한다는 것 / 안도현  
 길가에 민들레 한송이 피어나면
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
 이 세상에 태어나서
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
 이 세상을 전체를
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.
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
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
 그대는 나의 세상을
 나는 그대의 세상을
 함께 짊어지고
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.



사랑 / 김유미   
 사랑한다는 건
 자유를 조금씩
 잃어가는 거다
 어느 순간
 스스로가 스스로를
 가누지 못하게 될 때
 몸 속 깊숙히
 꽃가루는 번져
 아니야, 아니라고
 몸부림쳐봐도
 더이상 자신은 
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
 사랑한다는 건
 이 세상 단 한사람
 그 앞에
 항복하는 거다.



 내가 사랑하는 사람 / 정호승      
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
 사랑하지 않는다
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
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
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
 된 사람을 사랑한다
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
 맑고 눈이 부시다
 나무 그늘에 앉아
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
 햇살을 바라보면
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
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랑을 
 사랑하지 않는다
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
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
 나는 한 방울 눈물이 
 된 사람을 사랑한다
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
 기쁨이 아니다
 사랑도 눈물 없는 
 사랑이 어디 있는가
 나무 그늘에 앉아
 다른 사람의 눈물을 
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
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