/ 함성호
노래방에서
모르는 여자의 노래를 들었다
화장실에 갔다 오다 들은
모르는 노래
반주가 끝나고도 한 번 더
불렸다
우리 방에 들어와
한 번 불러보았으나
(오래전에 들은 것 같았지만)
왠지
모르는 노래
사람들은 그게
무슨 노래냐고 물었지만
나도 모르는 노래
모르는 여자가
혼자 부르던 노래
노래방에서
모르는 여자의 노래를 들었다
반주도 없이
심심한 목소리로 한 번 더 부르던
(언제 어디서 본 것 같았지만)
모르는 여자의 노래
(나하에서 온나로 가는
류쿠의 버스 안에서도 들었던)
정말 위대한 여름이었다
(운다)
찔레
/ 이동훈
찔레는 산 비탈면에서 내려오고
길은 찔레를 안간힘으로 밀어낸다는
어쭙잖은 생각이
여자의 분내, 땀내로 어질병 앓던
어느 해 초여름에 가 닿는다
새치름히 돌아서 있어도
틈을 주면 와락 무너질 거라고
연신 터지는 찔레 향에 빠져
지분지분대던 나비 시절이었다
속절없이 꽃은 지고
가려진 길은 트였지만
깊숙이 찔린 가시는
여름이 몇 번 지나도록 빠지지 않았다
찔레 향 폭격하는 어스름
찔레 그늘로 온, 그 옛날의 여자
길 끝에서 화르르
찔레와 붙더니 자취 없다.